
최순우옛집(성북로15길 9) 10:00-17:00 (일, 월 휴관)
혜곡 최순우(1916–1984)가 1976년부터 생을 마칠 때까지 머문 집이다. 한국미의 가치를 연구하고 알린 그의 안목과 삶의 태도가 집과 정원 곳곳에 남아 있다. 이곳에서 집필한 한국미에 관한 여러 글은 훗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등에 수록되었다.
최인수(b. 1946)는 물질과 몸의 관계가 빚어내는 감각과 사유의 변주를 탐색한다. 청년 시절 최순우의 영향으로 유물을 수없이 접하면서, 빈 여백과 공간의 조화가 오래전부터 우리 예술의 근간을 이루어 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자연이 빚어낸 질료의 아름다움에 조각가의 몸이 조력할 뿐이라는 그의 겸허함은 소박한 재료와 단순화한 형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인수의 작품은 주변을 억누르거나 압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을 들여 물질의 이야기를 듣고, 움직임을 위한 공간을 열어둠으로써 존재에 화답한다.
국화정원(성북로 154) / 유로세븐틴(창경궁로43길 46) 12:00-21:00 (수 휴관) / 상시 관람 가능
성북동에는 예술가들의 시간이 겹쳐진 두 장소가 있다. 하나는 백양당 서점을 운영하던 인곡 배정국(?–?)의 집 ‘승설암’으로, 손재형, 이태준, 박태원, 김용준, 김환기 등 당시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이었다. 다른 하나는 조선 후기 화가 장승업(1843–1897)이 말년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던 집터다. 현재는 두 장소에 각각 한식당 국화정원과 유로세븐틴 아트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비록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예술가들의 시간은 여전히 장소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연숙(b. 1976)은 두 장소에 깃든 예술가들의 시간에 주목한다. 작가는 과거의 장소에 자신의 시선을 더하고,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홀로그램 필름을 활용해 이를 현재의 유리창에 겹쳐 놓으며 사라진 장소와 오늘의 풍경이 하나의 장면에서 다시 만나도록 한다.

브릭스테이(동소문로 54) 상시 관람 가능
성북회화연구소는 1946년 이쾌대(1913–1965)가 운영한 미술교육 공간으로, 해방 이후 작가들이 그림을 배우고 교류했던 화실이다. 김창열, 권진규, 남관, 이봉상, 전뢰진 등이 수학했으며, 해방기 미술사의 주요 공간으로 평가된다. 현재 그 터에는 브릭스테이(옛 태화장)가 들어서 숙박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이연숙(b. 1976)은 사라져가는 장소가 품은 시간과 기억에 대한 탐구를 토대로 ‘장소-기억’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는 과거 성북회화연구소에서 이루어졌던 ‘그리는 행위’와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의 손길에 주목한다. 가느다란 선에 손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질감을 더한 형상은 식물 사이에 놓여 과거의 화실에서 오갔던 수많은 시선과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은 사라진 성북회화연구소의 시간을 현재의 공간 속에서 새롭게 마주한다.

선잠단지(성북동 64-1) 상시 관람 가능
선잠단지는 조선시대 왕비가 누에치기와 명주 생산의 풍요를 기원하며, 양잠의 신인 서릉씨에게 제사를 올리던 국가 의례 공간이다. 이는 농업뿐만 아니라 잠업 역시 중요하게 여겼던 조선시대의 사회·문화적 면모를 보여준다.
신예선(b. 1973)은 섬유를 매체로 조형적 공간 실험을 이어오며, 섬유의 전통적인 범주를 넘어 조각과 디자인, 건축과 설치의 영역으로 작업을 확장해왔다. 선잠단지에서 작가는 두 개의 홍살문 사이를 가느다란 명주실로 감싸는 작업을 선보인다. 실을 반복적으로 감고 엮는 행위를 통해 선은 면이 되고, 면은 다시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시간의 변화 속에서 작업은 서서히 모습을 달리하며 자연스럽게 소멸해간다.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성북동 별서(선잠로2길 47) 월요일 휴관 / 15:00-16:00, 일 15명 사전 예약
성북동 별서는 조선시대 전통 정원의 원형을 간직한 공간이다. 고종 때 문신이자 문인이었던 황윤명이 조성한 곳으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꾸민 정원에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당대 문인들의 교류 공간으로 이어졌으며, 역사적·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한성필(b. 1972)은 건축물을 가리면서 그 모습을 대신하는 파사드(façade) 연작을 통해 실체와 환영, 원본과 복제의 경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송석정: 비움으로 짓는 집〉은 2025년 화재로 일부 소실되어 복원을 앞둔 송석정의 기록 사진을 바탕으로, 건축물의 모습을 정밀한 선으로 그린 수묵채색화를 가림막 위에 펼친다. ‘그리는 일이 곧 짓는 일’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업은 상처 입은 자리를 감싸고 사라진 송석정의 모습을 현재의 풍경 속에 다시 세운다.

한양도성(성북역사문화공원, 성북동 118-2) 상시 관람 가능
한양도성은 1396년 축조된 이후 여러 차례 개축과 보수를 거쳐 오늘에 이른 서울의 대표 문화유산이다. 성북역사문화공원에서는 시대별로 달라진 축성 방식과 성돌의 흔적을 통해 도성에 축적된 시간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정현(b. 1956)은 수없이 지나간 기차의 무게와 진동, 비바람의 흔적을 지닌 침목으로 제작한 〈서 있는 사람〉 7점을 한양도성 성벽 아래에 세운다. 1998년부터 침목을 다뤄 온 작가에게 거친 표면에 새겨진 시련의 시간은 혹독한 굴곡을 지나온 우리 역사와 겹쳐 보인다. 위로 곧게 솟아오른 형상은 그 시간을 건너온 극복의 힘이자, 각고 끝에 피어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600여 년의 세월을 견뎌 온 성벽 앞에서 일곱 인물은 성북의 예술가들을 환기하는 동시에 인간의 강인함과 존엄을 고요히 드러낸다.

이종석별장(성북로 131) 10:00-18:00 (월 휴관)
이종석 별장은 조선 말기 부자로 알려진 이종석이 성북동에 1900년경 건립한 한옥 별장이다. 행랑채와 안채가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대청 오른쪽에 누마루를 둔 것이 특징이다. 당시 양반가옥의 주거 형식과 주거 공간의 경계가 변화하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김동해(b. 1987)는 채집한 돌과 황동, 은, 철 같은 금속 재료를 사용하여 자연의 순환 속에서 마주한 현상과 감각을 형상화한다. 작가는 가느다란 금속선을 구부리고 연결하여 빛과 그림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풀 같은 자연의 형상들을 담아낸다. 이종석 별장의 입구, 처마 밑, 석주(石柱)에 놓인 작업들은 빛과 공기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고, 때로는 풍경처럼 울려퍼진다. 이들은 주변 환경과 공존함으로써 하나의 서사적 장면으로 확장된다.

심우장(성북로29길 24) 9:00-18:00
심우장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1879–1944)이 1933년부터 말년을 보낸 한옥이다. ‘심우(尋牛)’라는 명칭에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불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 한용운은 이곳에서 작품을 집필하고 독립에 대한 뜻을 이어나갔다.
이우성(b. 1983)은 일상의 경험과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바탕으로 동시대의 다양한 풍경을 회화로 기록한다. 천 그림, 만화 드로잉, 애니메이션 등 매체적 실험을 통해 일상에서 마주한 장면을 특유의 해학과 서정적인 시선으로 담아낸다. 작가는 심우장을 둘러싼 마당과 뒤뜰을 중심으로 신작 〈노래하는 마음으로〉와 〈심우도〉를 선보인다. 사전 워크숍 ‘소 찾으러 가자!’를 통해 제작된 작업은 전시 기간 동안 관객의 참여로 계속 이어진다.

삼청각(대사관로 3) 10:00-18:00 (월 휴관)
삼청각은 1970–80년대 주요 국빈 접대와 정치 회담이 이루어졌던 장소로,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해 왔다. 2000년 서울시 문화시설로 지정된 이후 전통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하였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나얼(b. 1978)은 회화, 드로잉, 콜라주,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작가이자 뮤지션이다. 일상에서 발견한 이미지와 오브제를 조합하고, 버려진 종이와 천, 가구 등 다양한 재료를 화면에 겹쳐 붙이는 콜라주 작업을 비롯해 디지털 콜라주, 설치 작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삼청각의 공간적 특성에 주목하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명 속에 나타나는 자연의 질서를 사적인 기억과 경험, 신앙과 존재에 대한 사유를 통해 탐구한다.

권진규 아틀리에(동소문로26마길 2-15) 10:00-18:00 (일, 월 휴관)
권진규 아틀리에는 조각가 권진규(1922–1973)가 직접 짓고 작업한 공간이다. 2006년 유족이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 기증하여 보존되었다. 권진규의 예술과 동시대 작가를 잇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b. 1983), 서예석(b. 1988), 전지인(b. 1979), 허나영(b. 1981)은 서로 다른 시기에 권진규 아틀리에 창작공간에 머물며 작업을 이어왔다. 김정은은 도시 속 이동의 경로에서 마주하는 사건에 주목해 비가시적 움직임이 중첩된 레이어를 보여준다. 서예석은 기억과 공간, 오브제를 판화적 해석으로 연결한다. 전지인은 경계 위에 신체의 흔적을 놓아 과거와 현재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허나영은 기억의 보존과 이동, 집을 살아 있게 만드는 돌봄의 몸짓을 탐색한다.

